제주/제주이야기

이 정도는 되야 바위낙서(?), 산방산 정상의 처절함

k2man 2009. 6. 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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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있는 산방산을 아실겁니다.

하나의 거대한 암석으로 이루어진 산으로 해발 365m입니다.

이 곳은 몇 년 전 산불이 난 이후로 천연기념물인 암벽식물지대를 보호하기 위해서 등산로의 출입을 막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의아해 하시겠지만, 이 산에도 등산로가 있습니다.

언뜻보기에는 등산이 불가능해 보이지만, 산 후면부로 등산을 할 수 있는 하나의 코스가 있습니다. 정말 가파라서 힘들기는 하지만 산방산에 올랐을 때, 바다를 바라보면 막혔던 가슴이 뻥 뚤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사진] 제주 서남부에 위치한 웅장한 자태의 산방산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등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바위낙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수년 전 등산을 했을 때 찍은 사진인데… 갑자기 떠올라 블로그에 올려 봅니다.

 

산방산을 등산했던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거기다 낙서라고 표현하기 민망할 정도로 정성(?)들여 바위에 글씨를 새겨 넣었네요.

이 곳에서 볼 수 있는 사진은 이 정도가 아닙니다. 다음 사진을 보시죠.

 

한글은 물론 한자로까지 새겨 넣은 글씨가 대단합니다.

왼쪽에 보이는 ‘경’이라는 글씨는 깊이가 1cm는 족히 되어 보입니다.

이 정도로 글씨를 새기려면 분명 ‘정’과 ‘망치’를 챙겨 왔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냥 갔다가 매직으로 적는 수준의 낙서가 아니라 글씨를 이름을 새겨넣고 와야겠다는 마음가짐을 하고 올라왔을 겁니다.

 

이런 글씨들은 언제 새겨 넣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낙서는 누군가 한 번 시작하게 되면 주변으로 따라서 하게 되겠죠.

사진에 소개해 드린 글씨는 이 정도 뿐만 아니라 무지 많습니다. 큰 바위 곳곳에… 사람 키가 닿지 않을 것 같은 곳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이제는 이런 행동이 많이 없어졌겠지만, 다시 한 번 자연을 이렇게 훼손시키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포스팅을 해봅니다.

[사진] 방선문계곡의 마애명 – 영조때 제주목사였던 홍중징의 글씨

 

사진의 글씨는 산방산이 아니라 제주시 방선문계곡 바위에 새겨져 있는 홍중징의 한시 ‘등영구’입니다. 이 시절에 이런 행동도 저는 옳은 것이 아니였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자기 이름 석자를 낙서처럼 새겨 놓은 것도 많습니다. (어떤 분은 리플달기를 해놓은 것 같다고 표현하시더군요,)

혹자는 몇 백년이 흐르면 바위에 새겨진 ‘마애명’처럼 보존할 가치가 있는 문화재가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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