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33살.. 그리고 상반기가 지났다.

전공과 전혀 관련이 없는 업무(회계관련)를 하다보니, 갑자기 상반기 결산을 하고 싶어진다.

33년째 상반기는 어떻게 보냈을까? 도대체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보내고 있을까?


1. 개발자

개발이 너무 재미있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그 때처럼 일하고 싶어서 1년 6개월을 그 일에 몰두했던 적도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도전에 실패하고 먹고 살길을 찾아 갔구나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내 도전을 한 번도 후회하거나 실패했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다만,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일도 너무 하고 싶다. 미련일까? 단언컨데 아니다.

미련이 아니라 방법이 달라졌고, 부모님 기준으로 조금 철이 들었을 뿐이다. 

지금 하는 일도 재미있다. 간혹 스트레스가 있을 때도 있지만, 톱니바퀴처럼 업무를 마무리하다보면 나름 희열도 느낀다.

그래도 개발은 하고 싶다. 가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 관련된 도메인부터 확보하는 나를 보면 참 재밌다는 생각마저든다. 그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려면 정말 끝없이 일해야 할텐데도 그러고 산다.


2. 자원봉사

즐거운 일이다. 야간학교에서 자원봉사하면서 느꼈던 아기자기한 만남때문에 행복했던 감정을 기억한다.

컴퓨터교육이 전공이지만 컴퓨터가 가장 어렵고 수업하기 싫었던 과목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시작할 자신은 없다.

우선은 양평에 야간학교가 없다. 가장 가까운 곳은 1시간을 차로 달려야 갈 수 있는 곳이다.

거기다 가장 두려운 것은 수업이라는 시간 약속을 절대 어겨서는 안된다는 부담감이다. 그러고보면 야간학교에서 자원봉사 하시는 선생님들은 정말 대단한거다. 

양평에서 야간학교를 만들어보자는 상상도 했었다. 모르겠다. 과연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과 아주 많은 시간을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3. 선생님

나는 교사지망생이였다. 한 때 대안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하기도 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수업을 하고 싶을 때가 없지 않다. 솔직히 그럴 때가 많았던 것 같다.

수업을 하면서 무력감을 느꼈던 적도 없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았던 때가 아니였나 싶다.

이 일은 지금 일과 병행할 수 없다는 약점도 있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거다.


4. 바쁘게 살기

내가 살면서 가장 바쁘면서도 즐겁게 일했던 시기는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했던 때였던 것 같다.

제주시에 살 때 였는데, 아침에 일어나 출근해서 6시에 퇴근했다. 일주일에 3일은 6시 30분에 대학원 수업이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이틀은 7시에 서귀포에서 야간학교 수업이 있었다. 그리고 집에 들어오면 10시가 되었다. 일주일이 모두 꽉찬 하루였었다. 그리고 주말에는 오름과 바다를 가거나, 야간학교나 복지관 등의 일을 하곤 했다.

가장 바쁘면서도 즐거웠던 시기였다. 다시 그 때처럼 바쁘지만 즐겁고 싶다.


5. 희망

제주도에 1년 6개월간 내려가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요즘들어 더욱 그렇지만 역사나 과학은 재밌지만, 사상이나 과학이론은 재미없다. (실체는 좋아하지만, 책 읽기는 무지 싫어 한다는 말이다.)

야간학교와 대안학교를 하나로 묶고 싶었다. 물리적으로 엮는게 아니라, 그 역할을 묶고 싶었다. 학교를 중도에 포기하게되는 많은 청소년들을 일부라도 이 안으로 끌어 들일 수 있다면 성공이겠다 싶었다.

그런데 내가 아는게 별로 없었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나로써는 멋있는 말로 남을 설득해낼 재간이 없었다. 일시정지해버리고 말았다.


6. 꿈

교사가 되고 싶은데 받아주는 학교가 없으면 만들면 된다.

학교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만 있는게 아니다. 모든게 학교다.

그럼 내가 교사가 될 수 있을까?

내가 교사가 될 수 있는 학교도 있고, 내가 학생인 학교도 있다.

나는 내가 교사인 학교만 생각해 왔던 것이 아닐까?

왜 내가 아는 것을 남에게 주려고만 했을까? 아는 것도 없는 놈이 욕심만 부렸다.

내가 학생이 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

내가 16년 동안 학교를 다니며 느끼고 생각했던 그런 학교, 내가 이렇게 이런것들을 배우고 싶다고 느껴왔던 그런 학교를 만들고 싶다.

어릴적 기억들을 하나씩 더듬어 보자. 지금부터라도...

노무현 대통령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정말 허탈한 마음이였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리라 생각합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리 슬픈 것일까요?

 

오늘 그 중에 한 가지 답을 찾은 것 같습니다.

잃어버린 '희망'입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더라도, 일류대학교를 나오지 않더라도, 빽이 있지 않더라도 성공할 수 있고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희망'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슬픈 것 같습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거나 일류대학교를 나오지 못하거나, 빽이 없다면 순간의 성공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을 보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오바마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흑인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보다 빠른 2002년에 그런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권위가 용납하지 않는 희망이였음을 알고 말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희망을 갖고 살기 위해서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서는 안되며, 일류대학교에 입학하지 못하면 안되며, 빽이 없으면 안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노무현 대통령을 보며 이제는 깨질 수 있다고 믿을 수 있었습니다. 그 증거가 노무현 대통령이였으니까요.

그런데 절대 권위는 이를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정말 바꿀 수 없는 것이란 말인가요? 이 것이 진리인가요?

하지만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른 것 같습니다. 그 분께서 뿌리신 '희망의 씨앗'은 궂은 날씨에도 꿋꿋히 버티며 자라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정말 어디엔가 살아계실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잘 가십시요. 명복을 빕니다. 뿌리고 가신 '희망의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십시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