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

바다에서 사진을 찍는 다는 것

k2man 2006. 5. 7.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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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바다를 갔었다.
늘상 보고 다니는 바다지만 그래도 가끔은 뭔가 남기고 싶어서 바다를 간다.
그리고는 사진을 찍는다.
돌아와서는 컴퓨터 앞에 앉아 사진을 고르고, 그 사진에 맞는 내 생각을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린다.

정작 바다에서는 생각을 하지 않고 돌아와서야 사진을 보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 사진에는 이런 이야기를 올려야지'

바다에 가서 캔맨주 하나 뜯고 마셔본게 언제이고 바다에 가서 김민기의 봉우리를 들어본게 언제인가

'혹시나 카메라가 바닷바람의 소금기에 고장이나 나지 않을까?'
'스타일 죽이는 내 곱슬머리가 더 엉키지나 않을까?'

이런 걱정을 하며
사진을 서둘러 찍고는 돌아오고 만다.

바다냄새, 파도소리, 갈매기의 날갯짓 이러한 것들을 느껴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나는 바다를 간 것이 아니였다.
단지 다른 사람들이 내 블로그에 와서 내 사진과 생각을 들어주길 바라기만 기대하고 있었다.

해변에 앉아서 바다를 보며 생각에 잠기고 그 생각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고 싶다.
지금처럼 풍경을 보며 수없이 셔터를 누르고 컴퓨터 앞에서 잘나온 사진을 보며 내 생각을 정리 하고 싶지는 않다.

뭐든지 다 받아 줄것만 같은 어머니 같은 바다에 가서
버릴 것을 버리지도 못하고 가져올 것도 챙기지 못했었다.
언제나 컴퓨터 앞에서 사진을 보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나서야 아쉬움이 밀려온다.

이젠 바다를 보자.
사진을 찍기 위한 바다가 아니라
바닷바람의 소금기에 카메라가 고장날까 걱정하지 말고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바다내음에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보자.
내 스타일 죽이는 곱슬머리가 엉킬것 같다면 머리를 짧게 자르고 바다에 가자.

바다냄새, 파도소리, 갈매기, 해변의 연인들, 물살을 일으키는 배들, 낚시꾼들 바다에 기대여 있는 많은 것들을 느끼며 마지막으로 하늘색을 가져간 바다를 보며 생각에 잠겨 보자.
그리고 간직하고 싶은 순간 카메라의 셔터에 손을 갖다 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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