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살아가면서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말을 꼽으라면 추억이란 단어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과거의 행복했던 시간들을 늘 기억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추억이란 단어가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과거의 행복했던 시간들이 쉽사리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금 이시간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고 있다.
덜컹거리는 무궁화호에 타고 남한강변을 바라보며 기차를 타고 가고 있다. 내가 아는 바로는 이 풍경을 이러게 볼 수 있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올해말이나 내년말이면 풍경이 가려진 소음벽 사이를 통과하는 전철을 타고 이 길을 가야할 것 같기 때문이다.
10년이나 20년이 지나 다시 이 곳을 찾아 온다면, 또 한 번 변화에 놀라 과거를 추억하게 될 것이다.
제주를 찾을 때가 그렇다.
내가 태어난 고향이고 인생 전반기의 대부분을 살았던 곳이고, 그 곳을 떠나 산지 2년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제주를 찾을 때마다 추억에 빠져들게 된다.
그 것 뿐만 아니다.
항상 다니던 길도 개발과 변화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어느 덧 다시는 과거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될 때가 많다. 변온 동물인 개구리가 따뜻한 물속에서 발버둥 한 번 쳐보지 못하고 서서히 삶아져 죽어 가는 것처럼, 주변의 모습들도 이렇게 변해가고 있다.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공중그네를 타다가 아차하는 사이에 떨어지는 곡예사처럼 인생에서 낙오할지 모르는 사회에 살고 있다.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하다가 혹시나 개구리처럼 가장 먼저 물에 데어 죽지는 않을까?
모르겠다.
무엇이 내가 살아갈 방향인지 아닌지...
과거에 빠져 사는 것은 추억을 만들 수 없고, 이 또한 좋은 삶은 아닌 것 같다.
변화에 따르며 추억도 하면서 개구리처럼 죽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지만, 한가지 이유에서 위안을 삼아본다. 다행히 인간의 체온은 개구리처럼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