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번 제주특별자치도지사 김태환에 대한 소환여부를 묻는 주민소환투표를 보면서 주민소환투표에 두 가지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첫 번째는 기권표가 반대표로 간주되는 것이다.
물론 다수결의 원리에도 정족수가 채워져야 하는 제한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는 맞을지 모르겠지만, 이 번처럼 소환대상자가 노골적으로 투표불참을 외치는 상황이 되고 보니 분명 잘못되어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만약 1/3투표율 제한이 없다면, 오히려 투표율은 좀 더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찬성/반대 의견 개진이 적극적으로 일어나게 되어서 유권자들이 좀 더 정확한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김태환소환대상자측에서는 자신의 정책에 대한 토론과 의견개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인 투표불참만을 외치고 있는 상황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투표율 제한이 없었다면 반대표를 얻기 위해서 정책설명 및 적극적인 정보제공에 나섰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제주도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정책대결이나 자기변호가 아닌 오직 투표불참만 외치고 있다.
두 번째는 비밀투표를 크게 침해하고 있다.
김태환소환대상자측에서 투표불참운동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투표를 하면 '찬성'이라는 이상한 공식이 생기고 말았다.
이는 공무원들의 투표참여를 매우 위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번 투표업무종사 공무원들의 부재자신고가 2.5%에 머물렀다는 것을 보더라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관련기사 :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1231802
투표용지에 찬/반을 선택했는지는 알수 없다고 하더라도, 투표를 했는지 안했는지에 대한 비밀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투표를 하면 '찬성'이라는 공식이 생긴 이상, 투표장에 가는 것조차 눈치를 보게되는 것이다. (특히 공무원들의 눈치보기가 심각한 것 같다.)
이 뿐만 아니다. 분명 각 지역별 투표율이 집계될 텐데, 이는 각 지역별 찬성비율로도 간주할 수 있게 된다. 소환운동본부에서 발표한 바로는 투표율이 높은 지역에 대해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식의 사례보고가 있었다고 한다. 또한 김태환지사측에서조차도 이런 문제가 지역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즉, 비밀투표의 원리가 제대로 지켜지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기 때문이다.
주민소환투표의 맹점을 보완해야...
이런 주민소환투표의 맹점은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주민소환투표가 현직에 있는 단체장을 소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와같은 맹점을 이용하는 사례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내일 투표율이 어떻게 나타날지는 모른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잘못된 제도는 이 기회에 손을 보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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