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주이야기

제주에만 있는 성곽들과 현대에 수축되었던 제주4.3성

k2man 2009. 8. 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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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있는 성곽들은 크게 4종류가 있습니다. 이 것들 중 3가지는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것인데요... 오늘은 그 중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제주의 성곽들

우선 제주목, 정의현, 대정현 등 행정중심지에 있는 성곽과 별방진, 명월진 등 지역방어를 위한 성곽 등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잣성

다음은 상잣성, 중잣성, 하잣성입니다. 이 성들의 용도는 다른 성들과 달리 매우 독특합니다. 일반적으로 성이 지역방어를 위해서 쌓아지는데 반해 이 것들은 목장의 경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안에 가까운 곳에 하잣성을 쌓고, 한라산쪽으로 상잣성을 쌓아서 소와 말을 방목했을 때 멀리 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현재는 원형이 많이 훼손되었고, 규모가 큰 것도 아니라 찾기는 좀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주도 지도에는 명확하게 성곽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환해장성

환해장성은 고려시대 삼별초 항쟁부터 조선말기까지 꾸준히 수축된 해안성으로 그 길이가 120Km에 달했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절벽이 아닌 해안지역에는 어김없이 환해장성이 쌓아져 있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아쉽게도 해안도로개설 등 개발로 인해 대부분 사라져버렸고, 일부 지역에 조금 남아 있거나 복원되었습니다. 실로 대단한 문화재를 잃어 버린 것 같아서 항상 아쉽습니다. 제주도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오래되어 보이는 돌무더기를 보신다면 환해장성의 일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관련글: http://jejulog.kr/410

제주4.3성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근래에 수축된 성곽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1948년 4.3사건 이후 수축된 성곽입니다. 당시에는 모든 마을마다 성을 쌓고 주민들이 죽창을 들고 보초를 섰다고 합니다. 이 성곽들도 모두 사라졌지만, 그 중 원형이 남아있는 곳이 있습니다. 제주 조천읍 선흘리 낙선동마을에 있는 '낙선동 4.3성'이 그 것으로 현재 복원공사가 마무리 되어 가고 있습니다.

현재 성곽에 대한 공사는 거의 마무리되었고, 전시관을 짓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차장 등의 시설도 모두 갖추어져 있어서 관람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앞에 있는 표지판의 설명을 옮겨 보겠습니다.

제주4.3사건이 한창이던 1948년 11월부터 중산간 마을들이 토벌군에 의해 초토화되었다. 이 곳 선흘리도 11월 21일 마을이 전소되어 수많은 인명희생과 재산피해를 입었다. 주민들은 1949년 봄 당국의 재건명령에 의해 길이 약 500m의 사각형 모양의 성을 쌓고서야 고향에 돌아올 수 있었다. 당시 제주도 전역에 쌓았던 성은 무장대습격 차단이라는 명분과 함께 주민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성 안에서의 집단생활 또한 힘들었다. 주거지는 허름하고 좁은 가건물(함바집)이 전부였다. 또 낮에는 밭에 나가 일을 하고 밤에는 보초를 서야했다. 특히 젊은 남자들이 대거 희생되어 성을 지키는 일은 부녀자와 노인들의 몫이였다. 이제 이곳 낙선동에 4.3의 폐허를 딛고 재건의 토대를 삼았던 당시 전략촌성의 일부를 복원하여 역사 교육의 장으로 삼고자 한다.

안으로 들어와 보니 예상보다 규모가 큽니다. 앞 선 설명처럼 가로세로 500m규모였다고 하니 성을 쌓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고생을 했을 지 생각하게 됩니다.

보초를 서기 위한 초소와 통시(돼지를 키우던 화장실)도 복원을 했습니다. 초소 건물 높이를 보시면 알겠지만, 성의 높이가 4~5m는 족히 되어 보입니다.

여러 개의 통시(화장실)를 나란히 배치한 공동화장실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의 중간 중간에는 사진처럼 구멍이 있어서 바깥을 정찰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청소년 국토순례단으로 보였습니다. 변방의 제주역사를 수도권학생들이 어떻게 받아 드릴지 궁금해지더군요. 중앙의 시각으로 역사와 교육이 엮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학생들에게 4.3성이 어떤 메시지를 전해 줄 수 있을까요?

앞선 사진들과 달리 실제 원형입니다. 복원현장 가장 끝 부분에 남아 있는데, 사실 개인 감귤밭 안에 있었기 때문에 찾고 싶어도 찾기 힘든 곳이였죠. 찾더라도 사유지이기 때문에 들어가 볼 엄두가 나지 않기도 했구요.

 

크기를 비교할 수 있도록 성 앞에 서봤습니다. 혼자 싸돌아 다니느라 찍어 줄 사람이 없더군요. 물론 찾아오는 사람도 없구요. (방금 전 국토순례단을 제외하고선요) 결국은 대충 의자에 올려놓고 찍었는데 이렇게 나왔네요.

이 낙선동 4.3성이 아니였다면 그 존재조차 잊혀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개인이 소유한 농장에 조금 남아있던 유일한 4.3성이 역사와 평화를 생각하게 해줄 것이라고 누가 알았겠습니까?

항공사진 상에서는 공사흔적이 나타나지 않지만 성의 윤곽은 확실히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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