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주이야기

미친척 오른 한라산과 일출

k2man 2009. 5. 1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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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지난 이야기입니다만 문득 떠오르네요.
한라산 정상에서의 일출을 기억해 보고자 합니다.


새벽 3시에 성판악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도시의 불빛이 모두 사라지고 새까만 어둠만이 있어서 별들이 정말 많더군요. 하늘을 보며 연신 사진을 찍어 봤지만, 사진 기술의 부족으로 가장 밝은 별 하나밖에 찍히지 않았습니다.

아무런 준비없이 무작정 차를 몰아 와서 그런지 있는 것이 없더군요. 하다못해 가장 중요한 랜턴도 챙기지 않았으니... 어쩌겠습니다. 휴대폰 배터리가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최소한의 불빛으로 오르기로 작정했습니다.

눈이 쌓여있어 길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감과 들개에 대한 공포, 조릿대가 바람에 날리며 내는 소리까지... 온 정신을 집중해서 겨우 정상에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정상이 다가올 무렵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해가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그 장관의 일출은 아니지만 뭐랄까요... 짜릿한 느낌...

언제였더라.. 정확히는 20살 때 그런 일출을 본적이 있습니다.
친구들과 성산일출봉에 갔다가 다음 날 아침 저는 첫 버스를 타고 밭으로 일을 하러 갔었죠. 그 버스에서 그 장관을 볼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성산일출봉 정상에서 찍은 그 사진을 보니 너무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버스에서라도 봤으니 괜찮았죠. 3대가 공을 들여야 한다는 그 장관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3월이였는데... 그 때도 이렇게 눈이 많이 쌓여 있습니다. 등산로의 난간을 보면 1m이상 눈이 쌓여 있다는 것도 알게 되죠. 그 난간이 보이지 않는 곳 때문에 길을 잃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느껴야 했죠.


사실 사진을 너무 못 찍습니다.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장관이였는데...
제주도 동부의 아름다운 오름들과 어우러져 평생 잊을 수 없는 장관을 볼 수 있습니다.
거기다 백록담에 혼자 앉아서 일출을 보다니... 또다른 세상 어딘가에서 홀로 있는 느낌이랄까요.


눈이 쌓여 있을 때는 정상에 오르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오른쪽으로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수백미터를 끝없이 굴러야 할 정도입니다. 더구나 아이젠을 물론 등산화도 없이 운동화를 신고 올라온지라 미끄럽기가 장난이 아니였죠.

한 밤중에는 눈이 얼어 있어서 그나마 나았지만, 날이 밝아 눈이 녹기시작하니 정말 미끄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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