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있는 산방산을 아실겁니다.

하나의 거대한 암석으로 이루어진 산으로 해발 365m입니다.

이 곳은 몇 년 전 산불이 난 이후로 천연기념물인 암벽식물지대를 보호하기 위해서 등산로의 출입을 막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의아해 하시겠지만, 이 산에도 등산로가 있습니다.

언뜻보기에는 등산이 불가능해 보이지만, 산 후면부로 등산을 할 수 있는 하나의 코스가 있습니다. 정말 가파라서 힘들기는 하지만 산방산에 올랐을 때, 바다를 바라보면 막혔던 가슴이 뻥 뚤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사진] 제주 서남부에 위치한 웅장한 자태의 산방산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등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바위낙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수년 전 등산을 했을 때 찍은 사진인데… 갑자기 떠올라 블로그에 올려 봅니다.

 

산방산을 등산했던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거기다 낙서라고 표현하기 민망할 정도로 정성(?)들여 바위에 글씨를 새겨 넣었네요.

이 곳에서 볼 수 있는 사진은 이 정도가 아닙니다. 다음 사진을 보시죠.

 

한글은 물론 한자로까지 새겨 넣은 글씨가 대단합니다.

왼쪽에 보이는 ‘경’이라는 글씨는 깊이가 1cm는 족히 되어 보입니다.

이 정도로 글씨를 새기려면 분명 ‘정’과 ‘망치’를 챙겨 왔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냥 갔다가 매직으로 적는 수준의 낙서가 아니라 글씨를 이름을 새겨넣고 와야겠다는 마음가짐을 하고 올라왔을 겁니다.

 

이런 글씨들은 언제 새겨 넣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낙서는 누군가 한 번 시작하게 되면 주변으로 따라서 하게 되겠죠.

사진에 소개해 드린 글씨는 이 정도 뿐만 아니라 무지 많습니다. 큰 바위 곳곳에… 사람 키가 닿지 않을 것 같은 곳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이제는 이런 행동이 많이 없어졌겠지만, 다시 한 번 자연을 이렇게 훼손시키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포스팅을 해봅니다.

[사진] 방선문계곡의 마애명 – 영조때 제주목사였던 홍중징의 글씨

 

사진의 글씨는 산방산이 아니라 제주시 방선문계곡 바위에 새겨져 있는 홍중징의 한시 ‘등영구’입니다. 이 시절에 이런 행동도 저는 옳은 것이 아니였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자기 이름 석자를 낙서처럼 새겨 놓은 것도 많습니다. (어떤 분은 리플달기를 해놓은 것 같다고 표현하시더군요,)

혹자는 몇 백년이 흐르면 바위에 새겨진 ‘마애명’처럼 보존할 가치가 있는 문화재가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1. 신호등 2009.06.09 17:59 신고

    저런거 볼 때 마다 저게 대체 뭐 하는 짓인가 싶더라구요...
    자기 집 대문에 낙서하는것과 같은 의미라는걸 모르나...

    • k2man 2009.06.09 18:13 신고

      다행히 최근에는 이런 행동들이 많이 줄어 들어서 다행입니다.
      하지만 여미지식물원의 용설란 등 여기 저기 낙서로 얼룩져 있죠.
      분명 달라져야 합니다.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

  2. 정성욱 2009.06.09 19:03 신고

    자연에 낙서하는게 뻘짓인걸 알고도 저러니 문제 ㅎ 가끔 다른나라찍으러 갔을때 우리나라 사람 이름적혀있으면 손발이 오글오글 쪽팔려죽을꺼같아요 ㅋ

    • k2man 2009.06.09 19:41 신고

      해외에 나가보질 못해서..
      아직도 저런 분이 계시다면 가장 먼저 고쳐야할 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다음의 로드뷰 촬영기를 보다보면, 등에 장비를 짊어지고 한라산을 오르며 촬영하는 동영상이 있었습니다.

로드뷰의 새로운 지역 오픈시마다 언제면 한라산을 로드뷰로 오를 수 있을까 항상 기대를 해왔었는데, 어느새 오픈을 했습니다. 구글 스트리트뷰에서 자연경관을 촬영한 사례가 있기도 했었지만, 로드뷰의 한라산 등산은 정말 감격입니다.

한라산에는 현재 총 4개의 등산로가 있습니다. 그 중 성판악코스와 관음사코스는 정상(백록담)을 오를 수 있지만, 정말 아름다운 영실코스와 어리목코스는 정상부근 남벽의 붕괴 위험으로 20여년째 윗세오름까지만 오를 수 있습니다. 또 20여년간 자연휴식년제로 등산이 전면 차단되었던 돈내코 코스도 올해 중 새로 개장할 예정이기도 합니다.

로드뷰는 이 중에서 성판악코스와 관음사코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성판악코스로 올라가서 관음사코스로 내려오는 등산코스를 선택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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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판악 코스를 오르고 있습니다. 정말 재밌고 신기하네요.

자동주행으로 놓고보면, 도로를 로드뷰로 볼 때와는 정말 다른 느낌입니다. 삭막한 사무실에서 도시에서 한라산을 오를 수 있다니 너무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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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뷰는 360도 회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습니다.

한라산의 아름다운 숲을 그대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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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뷰에서 본 백록담입니다. 정말 감격입니다.

그냥 오르기도 힘든 한라산을 무거운 장비를 등에 지고 오른 다음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힘들게 하신 일, 영실과 어리목코스도 해주시면 안될런지요??^^;;; 거기는 코스도 절반밖에 안되는데요….

거기다 이왕이면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이 통제되어 있는 윗세오름코스에서 백록담까지의 코스도 촬영해 주시면 너무 고맙겠습니다. 그 지역은 너무 오래 막혀 있어서 아직도 가보지 못한 곳입니다. 연구목적일 경우나 겨울철 특별한 경우에는 허가해 주기도 합니다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그 코스를 볼 수 있도록 해주시면 정말 감격할 것 같습니다. ^.^

  1. montreal florist 2009.12.09 12:01 신고

    관광지를 미리 답사할 수 잇군여, 좋은 아이이디어네여

지난 해 12월 29일부터 중앙선 전철이 국수역까지 연장 개통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생겨난 새 역... 운길산 역입니다.

주말 등산 수요를 위해서 생긴 역 답게 역 이름도 운길산역이고, 역사에는 등산로까지 상세히 안내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오르는 등산로 곳곳에 안내판까지 친절하게 있구요...


새로 생긴 역 답게 깨끗하고 웅장하기까지 합니다.
여자친구를 여기서 기다렸는데...(저와는 반대 방향에서 오는지라...^^) 전철이 도착하자 내리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다들 등산복 차림인 것을 보니 모두들 등산을 위해 서울에서 왔나 봅니다.
이 역이 생기면서 운길산을 따라 팔당역까지 넘어갈 수 있습니다. 종주코스가 대략 5시간이면 가능하다고 하니 등산코스로는 그만인 듯 하네요...


운길산역 뒤편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출발했습니다. 처음 와보는 곳이라 앞서가는 사람들을 뒷쫓아 갔죠... 워낙 등산객들이 많아서 등산로를 몰라도 문제가 되지 않더군요...

앞에 보이는 산이 운길산입니다.

사진 같은 등산로를 따라 천천히 걷다가 산속에난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 수종사에 도착했습니다. 오래 등산할 계획이 아니였기에 간단히 수종사에서 김밥을 먹고 내려왔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이후로 찍은 사진이 없네요....
주말 나들이 코스로는 아주 제격인 것 같습니다.

2005년.. 제주시각장애인복지관에 근무할 때, 직원수련회로 올랐던 한라산을 추억해 봅니다. ^^

너무나 화창했던 날씨와, 갑자기 비가 내려 모두 옷이 젖어도 행복했던 미소와, 그 행복을 더 따뜻하게 해주었던 무지개빛 ... 너무나 아름다웠던 2005년의 9월 30일입니다. ^^

(너무나 행복한 미소를 가지신 분들의 사진이 있지만, 개인블로그에 그 사진들을 담기에는 부담이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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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어리목코스를 오르기전에 단체사진으로.. 너무나 화창한 가을날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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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오른 후 제 모습입니다.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이 가실겁니다. 갑자기 몰아친 폭우로 모두 비에 쫄딱 젖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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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행복한 모습의 사람들을 보며 오히려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제 사진만 올려야 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 그래도 양해를~~ (제 사진 보는 것이 역겹(?)거나 그런 기분이 느껴지신다면 과감히 댓글을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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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에서 내려온 후 우리를 반겨준 쌍무지개입니다. 사진에서는 윗쪽에 있는 무지개가 흐릿하지만 너무나 감격스러운 모습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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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무지개를 배경으로 빗속에서도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은 복지관 가족들입니다. ^^ 너무 행복해 보이지 않나요? ^^

복지관을 떠나온지 1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저를 반갑게 맞아 주시는 분들이 있어 너무나 행복하고 고맙습니다. 2007년도 행복한 한 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

합격자 발표가 있던 날 ...

도저히 공고문을 볼 자신이 없어서, 친구에게 공고를 보고 전화해 달라는 부탁을 하고 한라산을 올랐습니다. 지난 여름부터 그렇게 오르려고 다짐했던 관음사 코스로 올랐습니다.

등산로 입구에서 가장 저렴한 아이젠 하나를 사고 무작정 오른 그날의 한라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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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멋있는 설경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더불어 매서운 추위도 함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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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왕관릉'일겁니다. 관음사코스의 절경을 사진속에서만 보아 왔는데, 눈보라로 볼 수 없는게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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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으로 구를 것만 같던 길이였습니다. 올라갈때는 몰랐지만, 내려올때는 이 옆으로 구를 것만 같은 위협(?)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그 사이 무슨 눈이 그렇게 많이 쌓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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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사이로 가려진 풍경이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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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아름다운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겨울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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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이 서 있는 기둥에도 눈꽃이 만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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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까지 다녀왔다는 증거(?)입니다. 바로 앞에 있는 백록담을 바라볼 자신이 없었습니다. 너무나 강한 눈보라에 제 몸이 꽁꽁 얼어버렸고,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제 카메라도 얼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

사진에서 보아왔던 아름다운 풍경을 상상하며 올랐지만, 관음사코스의 살인적인 경사에 지치고, 추위에 지친 등산 이였습니다. 그래도 그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 또다시 한라산을 올라야 하겠지요.. 아무래도 이게 등산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를 때마다 항상 새로운 모습들을 저에게 보여주니까요 ^^

2007년 1월 8일의 기록들 ...

06:40 집에서 출발 (5.16도로의 상태를 몰라 서부관광도로로 우회)

08:00 관음사코스 입구 도착

08:40 차 안에서 따뜻함을 충분히 느끼고, 아이젠과 김밥 한 줄과 물 한 병을 산 후 출발

11:10 6.8km지점인 용진각대피소 도착

12:20 한라산 정상 도착 (8.7km)

12:40 소중한 사람들과 전화 통화 후 하산 (2분의 통화시간동안 내 손과 장갑이 얼어버림 ㅜㅜ;;)

13:10 용진각대피소 도착 (꽁꽁 얼어 있는 김밥 한 줄을 먹었음. 옆에서 사발면을 먹고 있는 사람들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봄)

15:00 완전히 하산. 젖은 옷, 양말, 신발을 갈아입거나 신고, 차가운 물에 세수와 머리를 감고 차에 타서 제주대학교로 출발... ^^


오늘의 교훈

다시는 관음사코스로 오르지 말자.

(며칠동안 안 아프면 다행이겠군^^)

새벽 2시 대학원 연구실에서 열심히 프로그램 만드는 중...
학교에서는 무슨 작업을 하는지 1시간 가까이 인터넷이 안된다.
인터넷이 안되니 작업을 할 수가 없다.
임시로 서버를 돌려서 작업하려는데 이것도 만만치 않다.
드디어 짜증난다.
미쳐볼까?
그래 미치자....

2시 30분

가끔 오름이나 오를까 하고는 1년전에 사두고 꺼내보지도 못했던 5천원짜리 가방 하나를 찾아 냈다.
비상식량이었던 김 2개를 어떻게 찾아내서 가방에 넣었다. 귤도 찾아서 3개 집어 넣었다. 뒤지니까 작은 보온병도 하나 나온다. 물도 끓여서 넣었다. 가지고 있던 전재산 천원짜리 하나를 자판기에 넣어서 사발면도 하나 챙겨 넣었다. 그런데 손전등이 없다. 흠... 방법을 찾다가 PDA를 사용하기로 했다. 옷도 하나 더 입었다. 대충 된거 같다.

인터넷이 안되니 답답하다.

달력을 찾았다. 일출시간이 나온 달력도 있다. 대따 좋다. 서귀포에서 6시 53분 일출이라고 한다. 매일 일기예보를 본다. 오늘은 구름조금이다. 일출을 볼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차를 타고 성판악으로 갔다.

성판악에 차를 세우고 라이트를 끄니 온통 깜깜하다.

대따 무섭다.
하늘을 봤다.
별이 정말 많다. 눈이 이렇게 된다.

가방을 메고 PDA를 왼손에 들고 PDA에 달린 LED라이트를 켰다.
대충 길은 비출만 한 것 같다.
출발했다.
정각 3시다.

길에 눈이 꽤 있었다. 등산화도 없고 아이젠은 더더욱 없었다. 그냥 대충 가기로 했다.

작은 LED라이트로 바로 앞을 겨우 비추며 오르기 시작했다.
정말 눈에 뵈는게 없다.
가다보니 길이 아닌가 보다.
다른 사람들이 올랐던 발자국을 찾았다.
아니다 이길이 맞다.
사람들이 산에서 이래서 길을 잃는가부다 생각했다.

가다보니 발자국이 두 곳으로 나 있다. 갑자기 사람들이 미워진다.
등산로로 안가고 왜 샛길로 가서 나같은 사람 애먹이는지 모르겠다.
눈짐작으로 발자국을 셋다.
모르겠다. 그냥 발자국이 많아 보이는 곳을 따라 갔다.
작업하던 화면이 자꾸 머리에 떠올랐다. 이넘의 막힌 곳을 어떻게 뚫어야 하나 생각했다.

한라산에는 들개가 꽤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넘들이 나타나면 어떻게 싸워서 쫓아 버려야 하나 생각도 했다.
가끔 바람이 음산하게 몰아친다. 귀신이 나타나면 어쩌나 생각도 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하늘을 봤다. 나무 사이로 새어나오는 별빛이 너무나 아름답다. 오늘은 달이 새벽 2시에 들어가 버리는 날이다.(출발하기전에 대따 조사 많이 했다. 달력에 나와 있다. 좋은 달력이다.) 달빛만 있었으면 정말 끝내주었을 것이다. 아마 라이트불빛이 필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가끔 가만히 서서 하늘을 보고 다시 걷기를 반복했다.
잡생각이 없어졌다.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다. 가슴이 홀가분해진다. 그런데 다리는 아프다.

정상까지 보통 3시간 30분 걸렸던 것 같다.
6시 50분쯤 일출이니까 눈이 쌓였어도 서두르면 충분할 것 같았다.
그러나 중간에 깨달았다. 내가 가려는 곳은 해발 1950m의 한라산 정상이었다. 당연히 일출이 빠를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힘이 빠졌다. 그래도 어쩌리 최대한 서둘렀다.

드디어 진달래밭이다.
잠깐 나무 난간에 앉았다.
귤을 하나 까먹고 따뜻한 물을 한모금 마셨다.
배가 고프다. 갑자기 졸리다.
근데 짠 사발면을 먹고 싶은 생각은 전혀 안든다.
그냥 바로 일어났다.
앉아봐야 몸만 식어서 다리만 더 아플 것 같았다.
정상을 향해 올랐다.

날이 조금씩 밝는 것 같다.
수평선을 따라 구름이 있는 것 같다.
구름조금이라더니 일기예보 잘 맞는다.

새벽녘 안개가 자욱이 가라앉아 있는 것 같다. 군무라고 했었던가?? 갑자기 단어가 생각이 안나서 한참을 고민하면서 걸었다.
결국 생각이 안났다. 나 혼자 웃고 만다.

정상이 800m 남았단다. 근데 너무 멀다. 정말 800m가 맞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래도 어쩌리 열심히 걸었다.
정상 부근이 가까워 오고 날이 밝기 시작했다.

서귀포, 남원, 표선, 멀리 조천, 세화 로 보이는 곳들이 불빛이 보였다. 성판악 코스로 오른 한라산 정상 부근에서는 제주도 동쪽이 훤히 보인다. 동쪽의 오름군들이 펼쳐져 있다.

해안마을들에서 나오는 불빛이 참 신비스럽게 다가온다.
카메라를 꺼냈다. 하늘의 별을 찍어 보았다. 잘 안찍힌다. 삼각대가 있었으면 그나마 찍어 보았을 터인데....

이번엔 서귀포를 찍었다. 10번은 찍은 것 같은데 손으로는 역시 힘들다. 그래도 대충은 찍힌 것 같다.

마지막 힘을 내서 정상에 올랐다.
드디어 날이 밝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낮은 구름때문에 해가 아직 뜨지 않았다.
아침 7시 드디어 구름 사이로 해가 떠오른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
오늘도 역시나 구름사이에서 솟아오르는 일출이다.

내가 20살때 성산으로 MT를 가서 보았던 그 바다에서 솟아 오르는 일출은 오늘도 보지 못한다. 그 MT때도 집안일로 첫 버스를 타고 서귀포로 돌아 와야 했다. 일출보러 일출봉에 오르지 못했다. 그나마 버스안에서 그 일출을 볼 수 있었다. 아직도 그 속이 울렁거릴 정도의 감동이 느껴진다.

사진을 찍으며 내려오기 시작했다. 올라갈때보다는 역시 수월했다. 기온이 오르면서 눈이 조금씩 녹는지 오를때보다 미끄럽다.
오를때는 바위 같았다. 갈증이 나서 눈을 뜯어 먹었다. 정말 돌같이 씹혔었다. 내려올때보니 너무 많은 먼지도 같이 먹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내려와 진달래밭을 지나고 다시 절반쯤 내려와서야 한라산을 오르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지나쳤다.

그런데 새벽 어둠에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게 더 힘들다.
마주치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고 언제 올랐는지 얼마나 남았는지 길은 어떤지 설명을 해야 했다. 나중에 가니 사람이 너무 많다. 에라 모르겠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 보는 척 지나쳤다. 그러다가 눈이 쌓인 곳에 푹 빠졌다. 쪽팔렸다. 그래도 그냥 조금 더 걸었다.

신발안에 눈이 있었다. 그넘들을 빼야 했다. 아까는 쪽팔려서 내색을 안 했을 뿐이었다.

내려오는 길에 사라약수에서 물을 마셨다. 보온병의 남은 물을 빼고 이넘들을 집어 넣었다. 약수도 꽤 많이 마셨다. 난 몸에 좋다는 것은 버리지 않는다. 그런데 너무 많이 마셨나 보다. 중간에 화장실은 없다. 주차장까지 가야 한다. 걸음걸이가 빨라졌다.

드뎌 주차장이다. 바로 화장실 먼저가고 차에 타고 잠시 멍하니 있다 시동을 걸었다. 차문을 모두 내리고 공기를 마지막으로 마셨다. 9시 30분이다. 오늘도 지각이다. 교수님들이 찾지 않기를 기원하며 학교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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